□탐방일: 2021.1.23(토)
□탐방지: 강원도 태백시 혈동 태백산 (국립공원 인증 7회차, 명산 100 인증 7봉째)
□코스: 유일사주차장 - 태백사 - 장군봉 - 천제단 - 망경사 - 반재 - 당골광장
◇찾아가는 길: 원주에서 자가용 이용 06:30분 출발, 유일사 주차장(주차비 무료)
당골광장에서 유일사 주차장까지 택시 이용(요금 11,000원)
올해 첫 산행은 겨울 눈꽃의 대명사이며 대한 민족의 영산(靈山)인 태백산으로 향한다
태백산 소개
태백산은 1989년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가 2016년에 우리나라 22번째 국립공원이 되었으며
가장 높은 봉우리는 장군봉(1,567m)이지만 가장 유명한 봉우리는 천제단이 있는 영봉(1,560m)이다
천제단이 유명한 이유는 이곳에서 나라를 위해 제사를 지내는 제천의식이 수천 년 동안 이어졌기 때문인데
지금도 10월 3일 개천절이 되면 강화도 마니산의 참성단과 여기 태백산 천제단에서 보국안민(輔國安民)의 염원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행사가 열린다
또한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劍龍沼)가 태백산국립공원 내에 있고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연못(黃池淵)이 태백시 황지동에 있어서 민족의 젖줄이 태동하는 소중한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갑자기 포근해진 날씨에 어제부터는 겨울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는 탓에 설산의 기대감은 마파람에 게 눈 없어지듯 이미 사그라들고 말았지만 일단 칼을 뽑았으니 아무거라도 잘라야 한다는 엉거주춤한 마음으로 도착한 유일사 주차장
역시 가랑비가 흩날리듯 내리고 있다

▼ 오늘 예정 코스는 유일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천제단과 문수봉 소문수봉을 거쳐서 당골로 하산하는 종주코스

▼유일사 주차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태백사


▼ 유일사 갈림길 앞에 있는 안내판. 유일사 방문은 하지 않고 그냥 패스

유일사 안내판의 글씨 내용(위 사진)
『태백산은 백두산의 한 맥으로 동해로 흐르다가 태백 영월 봉화 사이에 우뚝 솟은 신령스러운 산으로 정상에는 천제단과 문수봉이 있으며, 유일사는 서북쪽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산 정상의 협곡으로부터 이루어진 황지연은 동남방으로 흘러 낙동강의 발원이 되고, 검룡소는 남북 쪽으로 흘러 한강의 원천이 된다
유일사는 이렇게 신령스러운 곳에 1935년경 비구니 순일이라는 스님이 기도를 하면서 지내다가 지리적으로 너무 험준하고 열악하여 떠나고 터만 남은 자리에 1959년 한 불자(이소선)가 영산의 정기를 받고 백일기도 중 꿈에 원효대사와 의상스님이 바위 밑에 앉아 수도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이곳에 다시 불사를 일으켜 유일사라 하였다. 그리고 주지인 비구니 법륜스님은 1967년부터 거듭나는 도량으로 일구면서 대선스님과 함께 무량수전, 무이선원, 삼성각, 극락보탑 등 불사를 원만하게 이루었다
아울러 유일사에는 지장보살도 초본불화가 현재 강원도 문화자료 제 162호로 지정되어 있다』
▼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라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유일사 갈림길 대피소에서부터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한다


▼ 올라갈수록 점입가경의 풍치를 보이는 상고대를 배경으로 사진 한 방


허걱~ 이게 웬 일인가
장군봉으로 향하는 태백산 최고의 주목군락지에서 산 아래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천상의 설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빨랫줄로 쓰는 나이롱 밧줄을 엑스자로 걸어 놨는데 이것의 용도가 상고대 얼음덩이를 수집하는 것은 아닐텐데


▼태백산 최고봉인 장군봉

태백산 천제단
태백산 천제단은 영봉의 천왕단(天王壇)을 중심으로 북쪽 장군봉의 장군단(將軍壇)과 남쪽 부쇠봉의 하단(下壇)으로 구성된 3기의 제단을 총칭하여 부르는 명칭이다
하단은 규모도 가장 작고 명칭도 전해지지 않아 그냥 하단이라 부르며 지금은 이곳에서 제천행사는 열리지 않는다
천제단이 만들어진 시기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삼국사기를 비롯한 옛 서적에서 '신라에서는 태백산을 삼산오악 중의 하나인 북악이라 하고 제사를 받들었다'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태백산은 예로부터 신성한 산으로 섬겨졌음을 알 수 있다
『출처: 태백산 천왕단 앞에 설치된 안내문』
▼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강풍과 온 세상을 덮어버린 상고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군단



▼장군봉에서 20분 정도 진행하면 나오는 영봉의 태백산 표지석과 뒤로 보이는 천왕단

▼표지석 크기가 광개토왕비와 견줄 만할 정도여서 과연 국립공원스럽다

▼천왕단 안쪽에는 '한배검'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바위에 새겨져 있으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영하 20도 체감온도 속에서 사진 촬영 포기 (한배검은 단군을 의미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혹한을 마주했기에 방한장갑은 허술했고 바람은 모질게도 거셌다
문수봉과 소문수봉으로 가려던 일정을 포기하고 아쉽지만 여기에서 그냥 직하산 하는 길을 선택하기로 한다
문수봉 코스는 능선으로 계속 이어지는 길이라 가혹한 바람을 헤치며 가야 하는데 극한에 도전하는 무비유환의 불굴 투지는 조금 더 젊은 친구들에게 과감히 양보하기로 한다

단종비각
단종비각은 영봉 천왕단에서 300m 아래에 있는데 1955년 망경사의 박묵암 스님이 건립했으며 바각 안에는 '조선국 태백산단종대왕지비'라고 쓴 비문이 안치되어 있어서 비각(碑閣)이라 한다
비각현판과 비문의 글씨는 월정사 탄허스님의 친필이란다
전설에 의하면 단종은 죽은 후에 산신령이 되어 태백산으로 들어왔다고 하여 태백산에는 본래의 산신령과 후에 들어온 단종신령이 공존하는 특이한 무속이 생겨나는 사연이 된다
단종과 태백산
단종은 영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종이 영월로 유배되어 살았던 청령포, 단종묘가 있는 장릉, 단종 사후 한성부윤을 지낸 추익한이 한양을 바라보며 단종을 추모하였다는 망경대산(望京臺山)이 모두 영월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태백산에 웬 단종이냐라는 의문도 생기겠지만 영월과 태백은 서로 이웃해 있어서 옛부터 단종과 관련된 이야기와 지명들이 많이 있으니 의아하지 않아도 된다
단종의 혼령이 태백산으로 오던 중 쉬었다는 어평(御坪)마을과 어평재를 넘으면 태백산 국립공원 당골광장이 있는 소도동이 나오니 소도(蘇塗)는 제사가 행해지던 솟대를 가리키며 당집이 있는 당골마을과 함께 신성한 마을로 여겨져 이곳의 무속에서는 단종신이 최고의 신령이 된다
▼설산에 둘러 쌓인 단종비각

▼단종비각을 지나 망경사로 향하는 길

망경사(望鏡寺)
월정사의 말사이며 625년(진덕여왕 6년) 자장율사가 창건하였고 이후 6.25 한국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79년부터 지속적으로 복원하여 왔다
등산객들에게는 이곳에서 판매하는 라면을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고
이곳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 출발하여 태백산 일출을 감상하는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절 입구 등산로에 화장실 표시가 있는데 화장실까지 가는 길이 엄청 멀어서 길을 잘못 찾았나 하면서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길 옆에 늘어앉아서 라면 먹는 사람들의 행복해하는 모습들도 같이 보게 된다는 것이다
▼설경과 안개에 쌓여 흑백으로 보이는 망경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위치(해발 1,470m)에 있는 샘이며 천제를 지낼 때 이곳에서 물을 받아 제수로 사용하였다는 용정


▼우리나라 100대 명수 중 으뜸이라는 상쾌한 물맛을 보고 가라고 권하고 있지만 신성한 수도꼭지에 녹도 슬어 있고 뭐 하여튼 먹고 싶은 유혹은 생기지 않았다

▼망경사에서 하산하는 길

호식총(虎食塚)
호식총은 호랑이에게 물려 죽은 사람의 무덤이다
옛날 사람들은 사람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면 창귀라는 호랑의 종 귀신이 되어 또다른 사람을 유인하여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게 하고 나서야 종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런 호식총을 만들어 시신을 묻고는 귀신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돌과 시루로 덮고 쇠꼬챙이를 꽃아 놓았다는 내용의 안내문

▼침침한 날씨에 길 건너편에 있는 호식총을 바라보자니 공연히 으스스해진다

단군과 태백산
우리 역사에서 태백산은 자주 등장하는데 삼국유사에 나오는 글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환웅이 세상을 구하고자 아버지인 천제 환인으로부터 천부인 3개를 받아 세상에 내려보내져 삼천 명의 무리를 이끌고 태백산 꼭대기 신단수 아래에 이르렀으니 그곳을 신시라 불렀으며 그가 곧 환웅천왕이다. 그는 풍백(風佰)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인간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세상에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곰이 있었으며 환웅에게서 받은 쑥 1자루와 마늘 20쪽을 100일 동안 먹어서 사람이 되었고 환웅과 혼인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단군왕검이다』
단군의 족보를 정리하면, 환인의 손자이며 아버지는 환웅이고 어머니는 웅녀가 된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태백산이 이곳인지는 명확하지가 않으며 우리나라에 단군과 관련된 지역도 여럿이 있다
강화도의 마니산(摩尼山) 참성단과 단군 아들이 축성했다는 삼랑산성
함경도 평양의 단군묘와 구월산 삼성사
그렇지만 그 태백과 여기 태백이 다르면 또 어떤가, 그냥 태백산이면 되기에 이곳에 단군이 있는 것이다
▼등산로에서 올라가는 단군성전 입구


▼단군성전 입구의 단군상

▼단군성전 건물



▼당골광장의 태백산국립공원 입구

▼걸어온 궤적


산행 후 귀환길에서 태백시내의 명소 연탄구이 실비집의 한우 한접시로 요기를 하고
다음에 또 언제 태백산을 올 수 있을지를 상상하며
오늘의 소감문을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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