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짜: 2020.10.31(토)
▣ 코스: 성남-상원사- 남대봉- 망경봉 - 치마바위-향로봉-비로봉-계곡코스-구룡사(20.6km)
▣ 교통정보: 장양리 종점 첫 차 06:30 출발 23번 시내버스 - 06:53 원주고앞 정류장 승차 - 07:35 성남종점 하차
구룡사 주차장 18:40 출발 43번 시내버스 승차 - 19:20 남부시장 정류장 하차 - 원주고앞 까지 도보 이동
전 국토가 오색 단풍에 취해 있는 요즘 집에 가만히 앉아 휴식하고 있으면 뭔가를 손해 보는 듯한 시절이다
더군다나 오늘은 10월의 마지막날인 토요일 주말
충청도로 갈까요 경상도로 갈까요 방황하다가 멀리 나가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우리 동네 치악산(雉嶽山) 종주길이나 나서 본다
치악산은 옛 부터 단풍이 유난히 붉어 적악산(赤岳山)으로 불리었다고도 하니 혹시 오늘 재수가 좋으면 붉디붉은 단풍보따리라도 한 묶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만추의 치악으로 들어가는 시작점 성남 종점에 하차하니 얼핏 스산한 기운이 감돈다
아침 하늘엔 옅은 구름이 드문드문 내려앉았고 코끝을 스치는 새콤한 공기에 발걸음은 한껏 상쾌해진다
산은 이미 가을 옷을 벗어버리고 동토를 맞이할 준비에 여념이 없어 보이는데
성남탐방지원센터를 이웃하고 있는 상원산장 옆을 지나자니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겨울의 입구에 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성남 종점
성남골에는 분위기 좋은 산장과 차 마시며 밥도 먹고 수다 떨기에 좋은 식당들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 돋보이는 감성을 보여주는 '소롯길'
이십여 년 전 이 근처에서 맛있는 칼국수를 먹고 간 적이 있었는데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도무지 그 위치가 오리무중이다
여기 소롯길이 그곳인 것 같기도 하고
상원사 탐방로 입구
성남탐방지원센터에서 도보로 40분 거리에 있고 자가용을 이용하면 여기까지만 올 수 있다
주차장에는 차량을 열두어 대만 주차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차지하려면 아주 일찍 서둘러야 한다
입구 옆에 초막이 마련되어 있어서 쌀을 비롯하여 절에서 필요한 생활용품들을 준비해 놓으면 등산객들이 자율적으로 절까지 옮겨주곤 했었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앞사람들이 벌써 다 싸들고 갔나
그런 전통이 이제 통하질 않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속편하게 헬기로 운반하고 있나
상원사(上院寺)
치악산 남단 해발 1,050m에 위치한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 18호
신라 문무왕 때 지었다는 설과 신라 말 경순왕 때 지었다는 설이 있는데 어찌 되었건 매우 오래 된 사찰인 것만은 사실이다
한국전쟁 때 전소되어 폐허가 되었다가 1968년 주지 송문영과 의성이 중건했다고 백과사전에 나온다
상원사에 얽힌 전설
옛날 옛날 호랑이가 어쩌고 하던 시절에 과객이 치악산을 넘고 있었는데 길 옆에서 새끼를 품고 있는 꿩을 잡아먹으려는 배고픈 구렁이를 보고 의협심이 발동하여 구렁이를 지팡이로 때려 죽이고 꿩식구들을 구했다
과객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어 남편을 여의고 여인 홀로 사는 외딴집에서 묵게 되었는데 그 여인은 낮에 지팡이에 맞아 죽은 구렁이의 아내가 원수를 갚기 위해 사람으로 변신한 암쿠렁이였으니 이제 과객은 큰일 난 것이다
그리하여
과객을 살려주는 조건인 '날이 밝기 전 상원사 종소리 세 번'을 울리기 위해 꿩들은 상원사 종을 향해 자해를 가하여 종소리를 울렸으니 덕분에 과객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구렁이는 무탈하게 하늘로 승천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과객 때문에 구렁이도 죽고 꿩들도 결국 다 죽었으니 이를 의롭다고 해야 하는지 오지랖이라고 해야 하는지
어찌됐든 이들 주인공들이 만들어 내는 보은(報恩)의 이야기는 원주시를 보은의 고장으로 크게 알리는 이유가 됐으니 앞으로도 잘 살려서 만세에 걸쳐 이어가야 할 아름다운 전설이다
절에 도착하기 한 참 전부터 뎅그렁 뎅그렁 종소리가 난다
상원사에서 종을 치는 소리는 아직 들어보질 못했었는데 캄캄한 오밤중이라면 은혜를 갚는 꿩의 종소리라고도 하겠건만 지금은 그도 아니어서 의아한 마음으로 올라와서 보니
절 입구 한켠에 작은 종을 새로 만들어 놓아서 지나가는 객들이 한 번씩 두드리고 가는 소리였다
나도 한 번 두드려 봤는데 귀를 웽웽 울리는 여운이 듣기에 좋았으나
사람들이 북적거린다면 이 소리도 소음공해로 들리지는 않을는지 오지랖 넓은 걱정도 해 본다
오늘은 그냥 상원사 먼 발치에서 인증만 하고 곧바로 남대봉을 향한다
남대봉
출발한 지 2시간 만에 남대봉에 올랐다
남대봉에서는 하산길이 3군데가 있다
성남으로 가는 길과 금대리 영원사로 가는 길, 영원사 더 위쪽의 영원산성으로 가는 길
영원산성 길은 아직 가 보질 못했고 영원사 길은 너무 어둡고 음침해서 앞으로는 갈 계획이 없다
▼ 근래에 만들어진 종주능선 전망대
▼ 종주능선 전망대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궁딩이 참나무
향로봉
향로봉(1,040m)에 오르니 공원관리원님이 안내판을 교체하고 있었다
근래 들어 행구동 혁신도시에 엄청난 건물들이 들어섰는데 안내판에는 허허벌판으로 그냥 방치되고 있기에 업그레이드 하고 있단다
오늘 따라 향로봉 정상석에 남녀 어르신들이 너무 많이 오셔서 정상석 사진은 못찍었다
향로봉에서 잠시 휴식하던 중 반가운 새를 만난다
곤줄박이를 닮은 새가 주변에서 왔다갔다 부산하길래 줄박아~ 줄박아~ 하고 부르면서 손을 내미니 냉큼 손바닥으로 올라와 과자를 물고 휘리릭 날아간다
손바닥을 쥐고 있는 줄박이 발가락이 까칠하면서 부드럽다
쥐넘이재의 전설
예전에 범골에 범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절 내에 쥐들이 너무 많아 스님들이 쥐 등쌀을 견디지 못하고 절을 떠났다고 한다. 그런 어느 날 그 쥐들이 모두 한꺼번에 쥐너미재를 넘어 행진을 하여 절에서 떠나버렸는데 어찌 된 일인지 그 이후로 범사를 찾는 사람이 없어서 절은 폐사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전설에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쥐님이야 쥐놈이야
쥐가 있어야 하는거야 없어야 하는거야
▼ 평전에서 바라보는 비로봉
황장금표(黃腸禁標)
황장금표는 궁궐에 쓰이는 소나무인 황장목의 무단 벌목을 금지하는 방(榜 팻말)이다
치악산 황장금표는 강원도 기념물 제 30호로 지정된 구룡사 매표소 입구의 황장금표를 비롯하여 치악산 오토캠핑장 옆과 비로봉 아래 등 3군데에 있다
▼ 비로봉 아래에 있는 거친 바위 위의 고고한 자작나무
비로봉(飛蘆峰)
치악산의 주봉인 비로봉(1,288m)은 시루를 엎어 놓은 모습이라 하여 시루봉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시루를 똑바로 세워놓은 모습의 산이 있는 지는 모르겠다
비로봉이 바야흐로 인해(人海)이다
정상석 인증을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도 처음 본다
비로봉 돌탑의 유래
원주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용창중씨(용진수라고도 함)가 꿈에서 산신령의 계시를 받아 정상에 움막을 짓고 그 안에 거주하며 돌들을 맨몸으로 날라 탑을 쌓아 1962년에 완공했다고 전해진다
이들 돌탑은 풍화와 낙뢰로 여러번 무너졌는데 국립공원관리소에서 2017년에 견고하게 다시 쌓아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중앙부 주탑인 신선탑과 북측 칠성탑, 남쪽의 용왕탑 3기의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 계곡코스로 하산하던 중 만난 독야청청 푸르름을 유지고하 있는 두릅나무와 생강나무 군락지
세렴폭포(細簾瀑布)
'세렴'이 마음을 씻어주는 세렴(洗念)으로 언뜻 생각이 되나 사실은 가는 대나무로 촘촘하게 엮은 발 세렴(細簾)이다
설악산 토왕성폭포 보다는 작은 규모이지만 작은 물줄기들이 얼키설키 모여 흘러내리는 모습이 가히 세렴스럽다(오늘은 세렴폭포를 들르지 않아 폭포 사진이 없다)
세렴폭포에서 구룡사까지의 구간은 치악골 중 가장 두드러지는 길이다
봄에는 흐드러지는 철쭉으로 여름에는 시원한 황장송 피톤치드로 가을에는 붉은 단풍으로 겨울에는 눈 덮힌 계곡의 설빙으로 사계절 흐트러짐이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구룡사 방향에서 들어오려면 사찰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처럼 꺼꾸로 내려오면 그런 불편은 겪지 않아도 된다
구룡사(龜龒寺)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 145호이며, 신라 문무왕(666년) 때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구룡사가 九龍寺인지 龜龍寺인지를 헷갈려 한다
이번 기회에 그 전설에 대해 알아 본다
구룡사에 얽힌 용과 거북의 전설
원래 대웅전 자리는 용 아홉 마리가 살고 있는 연못이었다. 의상이 이 곳을 지나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비로봉과 천지봉의 산세가 기운차고 경치가 아름다워 절을 세울 만한 곳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절을 짓기 위해 연못을 메우려고 용들과 시합을 했다
먼저 용들이 도술을 부려 하늘에서 뇌성벽력과 큰 비를 내려 산들을 모두 물에 잠기게 해 버렸다. 용들이 의기양양하며 주변을 살피니 의상은 비로봉과 천지봉에 줄을 걸어 배를 매 놓고 그 안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지금의 배넘이고개가 있는 자리이다
다음은 의상 차례가 되어 부적을 한 장 그려 연못에 넣었다. 그러자 연못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고 용들은 뜨거워서 견디지 못하고 여덟 마리는 절 앞산을 여덟 조각을 내면서 동해로 도망치고, 한 마리는 눈이 멀어 함께 가지 못하고 지금의 구룡소에 머물렀다. 그래서 구룡사(九龍寺)라 했다는데,
세월이 흘러 절이 퇴락하게 되었고 어느 날 한 노인이 나타나서 절 입구의 거북바위 때문에 기가 약해졌으므로 그 혈을 끊으라 해서 그대로 했더니 절은 더 힘들어졌다.
이번엔 한 도승이 나타나 거북의 혈을 끊어서 절이 쇠락해졌으니 그 혈맥을 다시 이으라고 해서 이름을 구룡사(龜龍寺)가 바꾸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앞으로는 노인 말을 듣지 말고 도승의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 하산 후 탄수화물 보충
오늘도 무탈 산행을 인도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여기서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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