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3.1.21(토)
코스: 입식사 주차장- 쥐넘이재 전망대- 비로봉 - 입석사 주차장 원점회귀(8.5km 4:40분)
이번 겨울은 산행의 기억이 없다
뮈가 그리도 바쁜지 눈 내린 설산을 그냥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내에서 바라보는 치악의 자락은 엊그제 내린 풍부한 눈의 흔적이 마치 만년설의 모습인 양 아직 그대로 있건만 마음은 마음일 뿐 정작 마음과 몸은 각자의 생각으로 분리되어 있다
나는 또 다른 나와 동거하고 있는 현재이다
내일은 설날이고
마침 오늘 일기예보는 한파경보라는 주의를 발표한다
차가운 바람은 차가울 수록 그 냉철한 공기로 나를 유혹한다
그래
일단 뛰쳐나가 보는 거다
채비를 단단히 두르고 화려한 상고대를 희망하며 입석대로 향해 핸들을 움켜 쥔다
며칠 전 어머님을 여의고 몸과 마음이 허공 중에 떠 있는 듯 구심점 없이 떠돌던 두 주간의 날들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 엄마이다
어머니 생전 엄마라고 불러보지 못했던 그 단어 엄마
장손이라는 무게가 뭐 그리도 중대하다고 엄마 아빠라는 호칭을 물리치고 아버지 어머니라 하라고 그 어린 나이에서부터 강요당했던 스스로의 굴레를 이제 엄마가 하늘천국으로 가시고 난 후에야 울컥울컥 엄마라 부르며 내 평생 반려자인 마누라 앞에서 목 놓고 있는 나이다
산은 언제나 그랬듯이 늘 그 자리에서 반가이 맞아준다
입석사 오르는 길


쥐넘이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원주시내의 화사한 아침햇살

손에 닿을 듯 보이는 비로봉 정상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 용문산을 당겨본다
오늘 미세먼지가 없기에 받아보는 선물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늘상 살펴보는 '황장금포' 표지판


치악은 산그리메와 상고대를 같은 화면으로 채우며 한폭의 꽃밭그림으로 다가온다






이 순간
나는 우리 엄마의 아들이었고
지금은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자녀이다


비로봉에서의 선물





내가 살고 있는 나의 집이 저 이래에 있음에 감격한다




나의 주님이시여
오늘 우리 가족을 축복하심에 감사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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