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지: 전북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곰소항 (서해랑길 45코스, 변산 마실길 6코스 7코스)
*날짜: 2022.10.25(화)
*코스: 곰소항 - 곰소항 젓갈단지 - 내소사 - 관음봉 - 왕포마을 - 작당마을 - 모항 (26.7km 7:45분)
부안 여행 2일차 오후 일정
곰소항 민박에서의 특별한 숙박을 마치고 넉넉하게 오전 7:40분 문을 나선다
왼쪽으로는 만조의 곰소항 황해바다와 어제부터 연속으로 나타나는 거대한 새우양식장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강원도 우리 동네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가을걷이 후의 논들이 지나가는 편안한 길이다
논에서 풍겨오는 갓자른 볏짚내음에 잠시 코를 벌름거린다
곰소항에서의 출발은 방금 전에 잡아올려 손질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참돔을 보면서 (08:00)

엄청나게 넓은 주차장이 있는 곰소 젓갈전시장을 지나고 (08:10)

곰소는 강경, 광천, 소래포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젓갈 생산지

썰물로 드러난 서해의 갯벌은 골이 유난히 깊다

곰소 특산품인 왕새우 양식장 (08:40)

갯벌 중간에 통나무와 함께 여기저기 나름 질서있게 널려져 있는 이 물건들은 어데에 쓰는 것인고
궁금하기가 이를 데 없는데 마침 길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는 아저씨가 있길래 물어봤더니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예전에 게를 잡던 통발이란다
상품이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아서 지금 쓰지 않는다는 설명에 동의는 가지 않으나 더 캐물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고맙습니다 하고 계속 내 갈길을 간다

통발을 확대해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둥근 벽면이 모두 막혀있는 것도 있고 한쪽이 뚫려있는 것도 있는데
저러고 있다가 밀물이 몰려오면 어찌 되는것인지

가까이서 보니까 통나무가 아니고 PVC 파이프를 길게 잘라낸 것처럼 보인다

잠시 후 밀물이 돼서 만조가 되면 저기 파이프의 녹슬은 자리까지 물이 찰 건데 실로 엄청난 깊이이다
사진 뒤의 왼쪽으로 보이는 섬이 똥섬
이름 한 번 고약하게 지어줬다
똥섬이 머꼬 똥섬이

당겨본 똥섬
거대한 나무 숲 속에 비밀스런 성도 보이고..
누구가 살고 있는 섬일까

방금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니 왼쪽으로는 곰소항이 오른쪽으로는 선운산이 아득하게 보이고 (09:00)

붉은 색 염해식물무리 뒤편으로 보이는 관음봉

관음봉을 당겨서 확대해 보자니 오늘 계획에서는 제외됐던 내소사를 향해 갑자기 난데없이 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내소사까지 3.6km라고 나오니까 왕복 8km 계산하면 들이대 볼만 하기 때문이다 (09:00)

내소사와 관음봉을 구경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서해랑길을 계속한다
길에서 보이는 집은 카페인지 민박인지 모르겠는데 '해조음'이란 근사한 이름의 문패를 달고 있고 마당 한 켠에는 바나나 나무가 울창하다 (13:35)

무어라 읽어야 하나
자반고등어?


똥섬의 뒤태

걷기에 좋은 해안길이 계속되고


왕포마을에 들어서니 내가 좋아하는 대봉감이 거대한 모습으로 주렁주렁 (13:55)


생전 처음보는 석류나무에 석류도 주렁주렁

지가 아무리 뽕나무라고 우겨 봐야 그래도 너는 구지뽕나무인 걸 어떡하겠니

열매 사진이라도 예쁘게 찍어줘 보려고 하는데 어째 살짝 징그러워 보인다

좁다랗고 짧지만 예쁘게 꾸며 놓은 왕포마을 골목길 (14:05)

골목길에서 할머니 한 분이 고무장갑 낀 손으로 담벼락 돌팡구 사이에 시멘트 반죽을 우겨 넣고 계신다
좁은 길에 차들이 지나가면서 자꾸만 담벼락을 건드려서 이렇게 무너진다는 것이다
자동차 운전자님들, 할머니가 힘드시니 제발 조심히 다니시고 웬만하면 차 두고 걸어다니세요

애완견처럼 소녀 가슴에 안긴 물고기 표정이

용왕님도 쉬어가는 왕포마을
예전에 이곳이 칠산어장의 고기잡이로 으뜸이라는 뜻에서 왕포라 했단다

왕포 선착장 (14:10)

선착장 왼쪽에 조그마한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 아래로 배가 지나다니게 되어 있다
다리 아래를 지나온 작은 배들이 쉬고 있는 작은 부두

붉은 색 염해식물 군락지

작당마을 (14:23)
작당마을에 대한 소개는 보이지 않는다

간판에 '생활도자기 카페라떼 에스프레소 디저트' 등의 글씨로 보아 여러가지 용도로 사용되는 '추억을 나누며'

전북 천리길 스탬프함은 매우 자주 나타난다 (14:50)

쌍계재는 지금 이자리 위쪽을 지나는 지방도 고갯길이다

지금까지는 갯벌과 해안길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산길이다

사진의 방파제를 지나고부터 부안 마실길 안내리본이 오락가락 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불어난 바닷물에 잠겨버린 본래의 마실길

변산 마실길 6코스 중 쌍계재 아래에 2.2km의 새로운 길을 기존 노선에 추가하여 순환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었다
순환할 이유가 없는 나는 그냥 기존 노선으로 직행

바닷가 동네 어딜 가나 있는 대숲 터널

이곳 서해랑길 해안코스는 대부분 군사시설인 참호를 따라가는 길이다
서해바다를 건너 쳐들어오는 청나라 군대을 방어하기 위해 대한민국 무적해병이 철통경계에 긴장했을 초소를 지나고

고군산열도가 한 눈에 조망되는 전망터 (15:22)

안내 리본이 보이지 않아 두루누비 어플을 들여다보니 안내길이 알려주는 길 한가운데에 무슨 수련원인가가 한창 공사 중이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우왕좌왕하다가 그냥 공사장 안으로 냅다 들어갔는데
돌 담장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 너무도 위험하여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추락물은 없는지 주의 또 주의 하면서 지나간다

방금 전의 위험한 길 말고 어딘가에 우회길이 있다는 안내문은 다 지나고 나온 후에 나타난다
올 때는 없었던 건지 못 본 건지

건너다 보이는 마을이 모항 (15:45)

지금 만조기라 갯벌체험장은 물속에 있을 거고

너무도 싱그러운 모항 배추

모항(矛項)
'항'이 항구 항(亢) 자가 아니다
모항마을 안내판에서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모항은 순수 우리말로 띠목이라 불리기도 한다
옛날 이 마을에 띠풀이 많이 자라 띠를 엮어 지붕을 얹고 발을 엮어 생선이나 산나물을 건조하였기에 띠목이라 불렀는데 한자로 표기하면 세모진 창 모(矛) 목덜미 항(項)이다
모항은 그림 같은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해안선과 깨끗한 바닷물로 유명한 모항해수욕장, 그리고 천연기념물 제122호인 호랑가시나무 군락이 자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항은 갈매기 놀이터
끼욱끼욱 꽤애액하고 떠드는 소리가 몹시도 요란하다 (16:20)


일 인분만 주문해야 하니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궁궐 진상품에 버금가는 아무렇게나 찌개
특히 저기 보이는 김치는 부안에서만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김치이다
부안 젓갈이 적당히 숙성돼서 푹신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김치 특유의 아삭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특별히 맛있는 모항 김치


너, 문득 떠나고 싶을 때 있지?
마른 코딱지 같은 생활 따윈 눈 딱 감고 떼어내고 말이야
비로소 여행이란
인생의 쓴맛 본 자들이 떠나는 것이니까
세상이 우리를 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 스스로 세상을 한 번쯤 내동댕이쳐 보는 거야
오른쪽 옆구리에 변산 앞바다를 띠고 모항에 가는 거야
-중략-
안도현의 시 '모항으로 가는 길' 중에서
모항의 야경이 평화롭다
내일 아침 모습을 기대하며 오늘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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