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지: 치악산 둘레길 4코스 노구소 길
*날짜: 2022.7.23(토) 오전 일정
*코스: 노구소마을 - 약사암 - 말치 - 두산리 마을길 - 뱀골계곡 - 지장사 - 초치 (21.3km 4:25분)
한동안 멈춰있었던 치악산 둘레길을 다시 시작한다
원주에서 2번 시내버스를 타고 횡성 만세공원에 하차하여 만세공원 발 부곡행 첫 차인 09:20분 농어촌버스(34번)를 타고 태종대로 향한다
버스 이동시간은 45분 정도
그동안 4코스나 5코스를 가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런 어지러운 대중교통 때문이었는데 오늘 대단한 결심을 한 것이고 내친 김에 4-5코스를 한꺼번에 가기로 한다
4코스 출발은 태종대
오늘 출발점은 버스에 우연히 동승했던 치악산 등산을 오신 어르신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태종대가 아닌 노구소마을 정류장으로 정한다
그런데 이것이 엄청난 오류였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고 후회막급이었다
4코스를 단시간에 완보하거나 단순히 둘레길 여권수첩에 스탬프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만 본다면 위의 조언이 맞으나
걸으면서 온전히 그 길을 느끼고 음미해보고자 한다면 본래의 시발점인 태종대에서 출발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왜냐하면 4코스의 백미는 초입에 있는 태종대와 노구소에 있으며 그 이후는 그냥 마을길과 산을 이어주는 평범한 길이기에 그 태종대와 노구소를 패스해버리는 선택은 팥앙꼬는 빼버리고 맹숭한 찐빵 껍데기만 먹는 것과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치악산과 운곡 원천석
치악산 둘레길은 원천석 선생의 궤적을 따라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1코스 꽃밭머리길은 원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운곡 솔바람 숲길'과 겹쳐 있으며
3코스 수레너미길은 태종 이방원이 운곡 선생을 찾아가기 위해 수레를 타고 헐레벌떡 넘던 길이고
4코스 노구소길은 운곡 선생을 찾아가던 이방원을 속인 노파가 뛰어내린 냇물을 지나는 길이니
치악산 구비구비에는 운곡 원천석의 삶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강림면 부곡리 치악산 정상부에는 운곡 선생이 기거하던 '변암'이라는 바위 지붕이 지금도 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태종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여러 번 다녀왔으나 노구소라는 이름은 2년 전 원주 굽이길 탐방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처음으로 들었다
2019년에는 노구소축제도 열렸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데도 나는 무지하고 있었다니 미안하고 죄송할 따름이다
노구소(老軀沼)의 전해지는 이야기
노구소는 늙은 할미(老軀)가 죽은 웅덩이(沼)라는 뜻이다
조선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이 왕위에 오르기 전 자신의 스승인 운곡 원천석 선생을 뵙기 위해 이곳으로 온다는 소문을 들은 운곡은 근처에서 빨래를 하던 노파에게 '만약 한 무리의 일행이 내가 어디 갔느냐고 물으면 내가 간 방향과 반대의 길로 대답해 달라'는 당부를 하고 다시 치악산으로 숨었다
머지않아 이방원이 도착해서 노파에게 운곡의 행방을 물으니 노파는 운곡의 부탁대로 거짓 정보를 흘렸으나 훗날 그 일행이 임금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크게 낙심하여 하천에 몸을 던져 투신하고 말았다
그 후 노파가 몸을 던진 곳을 노구소라 부르게 되었다
강림면의 행정구역 개편
강림면의 강림리(講林里) 월현리(月峴里) 부곡리(釜谷里)는 본래 영월군 무릉도원면(구.수주면)에 속해 있었는데 1962년 11월 행정구역 개편으로 횡성군 안흥면으로 편입되었다가 다시 1989년 4월 강림면으로 분리 독립되었다
영월 두산리(斗山里) 소개
1914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두만동(斗滿洞)과 배향산(拜向山)에서 한자씩을 따서 '두산리'라 하였다
무릉도원면의 왼쪽 끝자락에 위치하며 위로는 배향산이 좌우에는 매봉산과 회봉산이 감싸고 있으며 가운데는 두산계곡과 뱀골계곡을 품고 있어 비록 십승지에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지구가 외계인의 침략을 받았을 때 난리를 피할 수 있는 천혜의 안심 도피처이다
초치 중치 말치
초치 중치 말치는 황둔.송계마을 사람들이 안흥장을 가기 위해 지났던 고개들을 순서대로 이름지은 것인데 4코스는 그 길을 거꾸로 가는 길이다
그런데 얼핏 생각해 보니 고개 이름을 참 간단명료하게도 지었다
동면 서면 남면 북면, 일남이 이남이 삼남이 처럼
노구사(노구사당)
마을 갈림길에서 200미터 직진하면 노구사가 있다는 걸 끝나고서야 알았다
노구사는 2005년 노구소의 노파를 기리기 위해 강림면에서 지은 사당으로 매년 10월 강림면 주관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다
후에 이 주변을 지날 일이 있을 때 노구소와 더불어 반드시 들러볼 계획이다
노구소 마을 정류장 옆에 설치된 '이야기가 있는 쉼터 노구할미 마을'을 소개하는 안내판

4코스 종점인 초치까지 25.9km는 두산임도를 지나는 길인데 두산임도는 통제중이라 우회로인 마을길로 가야하고 그러면 초치까지의 거리는 12.9km로 단축된다
두산임도와 마을길은 말치에서 갈라진다

노구소 마을 입구의 노구사당 안내비석
글씨가 흐릿해져서 읽기에 어려움이 있으나 사진을 확대해서 내용을 옮겨 본다
『조선 태종과 운곡 원천석선생의 역사를 되새기면서 운곡 원천석 선생의 부탁으로 은둔지를 임금에게 사실과 다르게 알려준 행위에 대한 죄책감으로 노구소에 투신한 노파의 충정과 넋을 추모하고자 2005년 노구소 맞은편에 사당을 건립하여 매년 10월 21일 노구제 행사를 하고 있다』

노고소교
노구소 마을로 들어가는 노고소교
'노구소교'가 아니고 '노고소교' 라고 쓴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지..

노구소 마을로 들어가는 홍살문
홍살문 우측 아래에 첫 번째 스탬프함이 있고
중앙부 우측 마을 끝에는 노구사당이 보인다

노구소 마을에서 왼쪽 길로 들어선다
이정표에서 직진하여 200미터 들어가면 노구사당

약사암은 공사 중? (10:42)


지루한 오르막 시멘트 도로를 5km 정도 오른다

말치 직전의 도로 우측에 해괴스러운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어서 유심히 관찰하는데 (11:14)
출입문 아래 언덕배기에 난데없이 너와집 한 채가 덩그러니 지어져 있다
TV 속에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 인지


말치 삼거리 (11:20)
말치는 4코스가 두산임도와 두산리 마을길로 갈라지는 자리
여기서부터 시작하는 두산임도는 약초재배 사유지를 통과하기 때문에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고 들어왔는데
주변 어디에도 사유지라는 표시를 찾지 못하겠다


이정표에서 파란색 방향은 임도길(초치 22.4km)이고 노란색 방향이 마을길(초치 8.8km)이다
지금은 노란색을 따라간다


마을길로 들어서서 잠시 내려가다가 만나는 요란한 현수막 무리 (11:34)
역시 이곳에도 사유지 글자는 없고
'국유림 잣종실 채취금지'
'두산 2리는 산림청 보호 협약 지역이므로 외지인 절대 입산 금지' 표시만 있다


건너편 산능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두산임도길이 보인다

가을꽃의 전령사 마타리가 성질 급하게 벌써 피었다

두산리 첫 번째 전원주택이 보인다 (11:47)
마당에서 집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께서 나무를 다듬고 있기에 안녕하세요 하면서 인사를 건네니 환하게 웃으면서 둘레길 걷고 있냐고 물어보신다
아마도 그동안 무수히 많은 둘레길 탐방객들이 지나간 모양이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이런 아름다운 주택은 계속 나타난다

전원주택 앞 담장 위에는 폐 깡통으로 만든 바람개비 작품들이 도열하고 있다

두 번째 귀농 주택 (11:54)

처음 보는 꽃이 눈에 띄어서 잎과 줄기를 들여다보니
이건 미역줄나무

피톤치드 소나무 숲길

'진명암'이라고 쓰여 있는 비석 외에 다른 아무런 설명은 없다 (12:02)

도로 옆 또랑에 보가 만들어져 있다

보를 만든 장본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열씸히 개울을 일구고 있어서
뭐하고 계세요 하고 큰소리로 외쳐 물어보는데 물소리에 묻혀 잘 듣지 못하는 눈치이기에 그냥 눈인사만 건네고 자리를 뜬다

ㅇㅇㅇ??? (12:11)


멋있다

무명사 삼거리 (12:31)
우회전하여 무명사 방향으로 진행하면 두산임도길 자장나무숲과 합류하여 중치를 지나는 길이고
직진하면 황금캠핑장을 지나 두만교와 뱀골계곡을 거치는 길인데 이 두 길은 지장사 삼거리에서 만나게 된다
무명사 방향을 잠시 들여다보다가 뒤돌아나와 황금캠핑장으로 진행

두산2리 배향산마을 안내석과
배향산의 유래 (12:33)
『운곡의 대쪽같은 절개(4처사의 한사람) 이방원(태종)의 스승을 못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예를 갖춰 수레넘이 고개에서 절을 했다 해서 배향산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 주어 서술어 목적어가 불분명해 보인다

황금캠핑장을 지나 한 참을 진행하면 두산분교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13:03)

캠핑장이 초등학교였음을 알려주는 인조 동물원에는 사자 기린 코끼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두산리 계곡은 펜션과 캠핑장의 천국

캠핑장 매점에서 음료캔을 한 개 사서 시원하게 마시는데 갑자기 정수리가 싸~ 해지는 불길한 느낌이 들고
지도를 펼쳐보니 이 길은 초치 방향이 아니고 운학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한참 전 황금캠핑장 직후 우회전을 했어야 했다
흐아~ 이렇게 또 한 시간을 알바에 허비한다 (13:22)


되돌아가는 길 옆에 교회가 보인다 (14:03)
주여, 고된 알바가 나를 화나게 할 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서러워하지 않게 축복하여 주옵소서

지장사 삼거리 (14:06)
코스 이탈 후 한 시간을 넘겨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지장사 안내석 앞에서 스마트폰 지도를 들여다보며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트럭이 차를 멈추더니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4번길 가는 거냐고 물어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직진했다가 되돌아온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4코스는 직진이 아니고 사진에서 보이는 지장사 안내석 방향으로 진입해야 한다

원래 진행방향에서 보면 우측 진입로이다
이곳에 아무런 표식을 하지 않은 이유는 이 자리에서는 절대적으로 알바를 해야 한다는 무조건의 강요일 게다

무릉도원면 뱀골 계곡 입구 (14:09)
자연휴식년제 실시 안내
『계곡 입구에서 상류 6.5km 구간
야영, 취사, 야유회, 천렵, 세차, 낚시 등을 하면 산림보호법 제57조에 의거하여 과태료 20만원에 처한다
기간은 지정 해제시까지』

계곡이 들어갈 수록 점입가경이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두산임도를 가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자리하고 있었으나
여기를 지나면서는 이곳을 오지 않았다면 이곳을 알 지 못했다면 얼마나 아쉬웠을까 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충만해진다

뱀골계곡 정말로 너무너무 아름다운 계곡이다 (14:15)
수정처럼 깨끗하고 얼음같이 차가운 물과 순수 그대로의 맑은 공기
계곡을 가로지르는 나무다리가 만들어져 있고 건너편에는 움막도 한 개 보인다
다리를 건너 바위에 걸터앉아 손바닥 물장구도 치면서 한 참을 쉬느라 맑은 냇물 공기를 폐부 가득 채운다




지장사 삼거리 (14:41)
임도길과 마을길이 만나는 자리
사진의 왼쪽이 지금 지나온 마을길이고 오른쪽이 임도길


초치 (15:00)
4코스 종점
예전에 황둔마을 주민들이 안흥장을 가기 위해 첫 번째로 넘던 고개라고 초치(初阤)


초치에 설치된 안내판

초치 정상에는 벤치가 한 개 있는데 어떤 수련사 아저씨 한 분이 가부좌 모양새를 하고는 무릎 위에 손을 얹고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숨쉬기운동을 하고 있다
혹여나 수련에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5코스 서마니강변길 진입 게이트로 들어간다

치악산 둘레길 4코스에 대한 소회
4코스는 임도길과 마을길로 나뉘어 있다
임도길이 입산금지라 마을길로 우회시켜 놓았으면 마을길에도 안내표시가 있어야 마땅하거늘
말치에서 지장사까지 오는 동안 단 하나의 안내표시도 없어서 초행자에게는 너무도 헷갈릴 수 있다
마을에서 5km나 멀리 떨어져 있는 초치라는 산 중턱을 코스의 시.종점으로 정한 것도 이상한 일인데
더군다나 안내표시도 없다면 자칫 오후 6시 서마니를 출발하는 시내버스 막차를 놓쳐서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기에
관계자님께서는 지금이라도 마을길 주요 지점에 표식을 달아 줄 것을 부탁드린다
고맙고 만족스러운 부분도 있다
마을길 덕분에 '뱀골계곡'이라는 백미를 알게 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
4코스 지나온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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