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방 일: 2020.06.01(월)
탐방코스: 부론면사무소 - 법천사지 - 거돈사지 - 정산저수지 - 작실마을 - 단강리 - 미덕슈퍼 (17.6km)
소요시간: 8시간 5분
[굽이길 탐방 4회차]
월요일 평일이지만 창사기념일 휴일이라 굽이길 탐방에 나선다
관설동 종점 07:10분발 55번 버스를 타기 위해 AK플라자 정류장에서 대기하는데 아침 시간이 분주한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눈에 혹시 놀러 나가는 복장의 내 모습이 실업자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괜스레 어색해지려고도 한다
지금 타고있는 버스는 구석구석 경유하는 버스라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이름의 동네를 구석구석 잘도 찾아다닌다. 잠시 신기하게 밖을 내다본다
버스 안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생각들로 멍 때리고 있다가 '이번 정류장은 부론'이라는 안내방송에 허겁지겁 하차를 한다
그런데 아뿔사 잘못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는 부론의 첫 입구인 농협주유소 앞이다
목적지인 법천소공원을 가려면 부론면사무소에서 내려야 하는데 비록 여기서 가까운 거리이기는 하나 시작의 첫 발걸음부터가 뭔가 깔끔하지 않은 출발이다
부론 시내에서 잠시 오락가락 관광을 하다가 소공원에서 09:10분 출발한다

법천사지 당간지주(幢竿支柱)
당간(幢竿:기당,장대간)은 불화가 그려져 있는 깃발
당간지주는 법천사지 가기 전 500m 정도에 있다

<안내표지판 전문>
『당간지주는 사찰입구에 설치하는 것으로, 절에 행사나 의식이 있을 때면 이곳에 깃발을 세우게 되는데, 이 깃발을 거는 길다란 장대를 당간이라 하고, 그 당간을 양 쪽에서 지탱해주는 두 돌기둥을 당간지주라 하다. 드물게 당간이 남아있는 예가 있으나, 대개는 두 지주만이 남아있다. 기둥에는 별다른 조각이 없으며, 아래에서 위로 갈수록 점점 좁아지고 있다. 기둥사이에는 당간을 꽃아두기 위한 받침돌을 둥글게 다듬어 마련해 노았다. 두 기둥의 윗부분은 모서리를 깎아 둥글게 다듬어 놓았고, 안쪽면에는 당간을 고정시키기 위한 구멍을 파놓았다. 당간의 받침돌이 본래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소중하 작품으로, 기둥 형태가 안정감이 있어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측된다』
▼밀일까 보리일까

수염이 빳빳하게 길쭉하고 알갱이가 질서정연한 걸 보니 보리이다
법천사지 가는 길 마을의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이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연상케 한다. 그때 누가 장난친다고 저 보리이삭을 입에 넣었다가 뱉어지지가 않아서 낑낑거리던 기억이
법천사지(法泉寺址)
▼한창 발굴작업 중인 법천사지 전경

<안내표지판 전문>
『고려사, 신증동국여지승람, 동문선 등 문헌에 전하는 법천사는 신라 말에 산지 가람으로 세워져 고려시대에 이르러 대대적으로 중창된 사찰이다. 특히 화엄종과 더불어 고려시대 양대 종단이었던 법상종의 고승 정현이 주지로 있어 법상종 사찰로 번성하였으며, 국사였던 지광국사 해린이 왕실의 비호하에 법천사로 은퇴하면서 크게 융성하였다가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다. 법천사에서는 우리나라 묘탑 가운데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지광국사 현묘탑(국보 제101호)과 탑비(국보 제59호)가 문종에 세워졌는데, 그중 탑은 일제에 의해 경복궁으로 옮겨져 있으며, 법천사지에는 탑비를 비롯하여 지광국사현묘탑지와 부도전지, 당간지주 등이 남아있다. 2001년부터 2004년에 걸쳐 실시한 4차례의 시.발굴조사 결과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다양한 시기의 건물지 19동과 우물지 3개소, 석축 및 담장유구, 계단지를 비롯하여 금동불입상, 연화대석, 각종 기와류 및 자기류 등의 유물이 확인되어 우리나라 불교사 연구에 귀중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지광국사 현묘탑비에 숨어있는 삼족오, 계수나무와 토끼, 비천인, 봉황새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 있는 일이며 법천사에서 공부한 권람, 한명회, 서거정은 모두 영의정을 지냈음』
▼건물은 없어졌으나 남아 있는 주춧돌로 그 규모를 추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임진왜란이 없었다면 법천사가 지금의 저런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을텐데라는 아쉬움은 또다시 불구대천원수 일본에 대한 적대감을 용서와 화해의 의무보다 앞서게 한다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비(智光國師塔碑)
원주에는 국보(國寶)가 3점이 있다
하나는 지정면에 있는 흥법사지 염거화상탑(국보 104호), 나머지는 법천사지 현묘탑(국보 101호)과 탑비(국보 59호)
그중 염거화상탑은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이고 현묘탑은 경복궁으로 이사를 당했으니 결국 원주에는 여기 지광국사현묘탑비가 원주의 유일한 국보인 셈이다


안내판에는 거북 몸통의 머리가 용의 얼굴과 비슷하다라고 쓰여 있으나 내가 보기에는 비슷한게 아니라 익살스런 용머리 자체로 보인다


▼석축과 계단의 돌들은 옛것과 현대것들이 섞여 있다

멀찌감치에 범상치 않아 보이는 거목이 보이길래 가까이에 가서 봤더니
허걱~
영화 '반지의제왕'에서 봤던 나무가 아닌가
호빗에게 말을 걸고, 괴물군단을 공격하기 위해 저벅저벅 걸어가던 나무들 중 하나가 지금 눈앞에 있다
그런데 이 나무 나이가 얼마인지 정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는 것이 또 의문이다. 뭐지?

전후좌우 사방각도에서의 모양이 각기 다른 것이 신기하다


▼나무의 전체 모습인데 후손으로 보이는 옆의 어린(?) 나무도 보통의 기골은 아니다

법천사지에서 나와 거돈사지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굽이길 리본을 찾으니 보이질 않는다
직진도로가 대로이기에 그 길로 갔더니 갈대숲 무성한 초지를 만났고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며 전진해야만 했다
'원주역사문화순례길'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는 사실은 한참 나중에 깨달았다
▼이 지점에서는 오른쪽으로 진출하여 작은 다리를 건너가야 한다

코스안내에 '펌킨팩토리'가 있어서 그 정체가 심히 궁금했었는데 여기 장뜰마을에서 실물을 확인한다
그런데 저 건물은 뭐 하는 집일꼬.. 물LED 라니

장뜰마을에서 거돈사지 가는 길은 지겟꾼들이 다녔음직한 좁다란 산길 고개를 넘는다

천년나무
고개를 내려가서 정산리 마을에 들어서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는 신비한 나무에 흠칫 놀란다
멀리에서 보면 그냥 통상의 큰 느티나무로 보이는데 가까이에서 보면 용이 하늘로 솟아오르듯 꿈틀거리는 거대한 몸통의 뒤틀림이 몹시 위압적이다
일천 년을 한자리에 머물고 있으면서 이 땅 희노애락의 역사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니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봐도 실감이 가질 않는다


▼천 년의 피부결은 몹시 거칠다


거돈사지(居頓寺址)
<안내표지판 전문>
『한계산 기슭의 작은 골짜기를 끼고 펼쳐진 곳에 있는 절터이다. 발굴조사 결과 신라 후기인 9세기경에 처음 지어져 고려 초기에 확장. 보수되어 조선 전기까지 유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절터에는 중문터,탐,금당터,승방터,화랑 등이 확인되었는데, 금당의 규모는 앞면 5칸. 옆면 3칸으로 2층 건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중문지 북쪽의 3층석탑(보물 제750호)은 처음 세워질 때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되는데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 탑의 동쪽에는 원공국사 지조(930~1018)를 위한 원공국사승묘탑비(보물 제78호)가 있는데, 1025년 최충이 문장을 짓고 검거웅이 글씨를 썼다. 탑비와 함께 원공국사승모탑(보물 제190호)이라 불리는 부도가 있었는데 현재는 경복궁 뜰 아네 옮겨 놓았다. 거돈사지 초기 불교계의 중심이었던 법인종의 주요 사찰이었지만 고려중기 천태종이 유행하면서 천태종 사찰로 흡수되었다. 거돈사는 신라 말 고려초의 절터로서 보기 드문 일탑식 가람으로 주목할 만한 곳이다』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圓空國師塔)
<안내판 전문>
『이 승탑은 고려 태조 13년(930)에 출생하여 헌종 9년(1018)에 입적한 고려시대 전기의 고승 원공국사의 묘탑으로, 고려 헌종 16년(1025) 탑비와 함께 세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 탑은 세 개의 받침돌로 이루어진 기단과 몸돌,지붕돌로 이루어졌다. 8각을 이루고 있는 몸돌의 각 면에는 앞뒤 양면에 문 모양과 자물쇠 모양을, 좌우 양 면에는 창문 모양을, 그리고 남은 네 면에는 4천왕입상을 새겼다. 지붕돌은 서까래와 기왓골,막새기와의 모양을 표현해 놓아 목조건축의 지붕 모습을 충실히 본떴다. 꼭대기에는 8각형의 보개(寶蓋:지붕모양의 장식)가 얹혀 있다.
이곳에 있었던 원래의 탑은 일제강점기 때 서울로 옮겨져 일본 사람의 집에 있었다. 그것을 1948년 경복궁으로 옮겨 왔으며,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 경내에 있다. 현재 거돈사 터에 있는 탑은 2007년 다시 세운 것이다』


거돈사지 금당터
<안내판 전문>
『금당은 부처를 상징하는 불상을 모시는 곳으로 사찰의 중심공간이다. 거돈사 금당터에는 주춧돌(礎石)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어 20여 칸의 큰 법당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초석의 배치로 보아 내부는 통층이고 외부는 2층 규모의 웅장한 금당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금당터 중앙에는 부처님을 모셨던 높이 약 2m의 화강석 불대좌(佛臺座)가 있다』


▼절터 한 귀퉁이에 우뚝 솟아 있으며 향후 또 천 년을 이어갈 의미 있는 감나무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圓空國師塔)
『이 비석은 고려시대의 스님인 원공국사의 행적을 기록하고 있다
원공국사(930~1018)의 법명은 지종(智宗)이고, 세속에서 쓰던 성은 이씨인데, 비문에는 그의 생애와 행적, 그의 덕을 기리는 내용이 담겨있다
비는 거북받침돌 위로 비몸을 세우고 머릿돌을 얹은 모습으로, 비몸이 작고 머릿돌이 큰 것이 특징이다.
거북의 머리는 괴수 모양의 험한 인상을 한 용의 머리모양이다. 등에 새긴 무늬는 정육각형에 가까우며, 육각형 안에는 '절'자 모양과 연꽃무늬를 돋을새김 하였다. 머릿돌에는 구름 속을 요동치는 용이 불꽃에 쌓인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는데,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하다
고려 현종 16년(1025)에 세운 것으로, 당시 '해동공자'로 불리던 대학자 최충이 글을 짓고, 김거웅이 글씨를 썼다. 비문에 새긴 글씨는 해서체인데, 중국 구양순의 서법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는 고려시대의 여러 비에 새긴 글 중에서도 매우 뛰어난 것으로 중국에 비교하여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과 마찬가지로 이 탑비도 거북몸통에 용머리를 얹었다

▼용머리는 벌렁거리는 콧구멍에 두 눈을 부릅뜨고 매우 위엄있게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귓바퀴는 목도리도마뱀을 닮았다

▼정산저수지로 가는 길에 뒤돌아 보는 원공국사탑비

또다시 굽이길 리본을 찾는 지점이지만 역시 리본은 보이지 않고 '원주역사문화순례길' 이정표는 거돈사까지만 안내한다
굽이길 코스안내를 들여다보니 '임도진입'이라고 쓰여있기에 저수지 방향으로 올라가서 임도로 들어간다
임도는 잘 가꾸어져 있어서 걷기에 편하더니 들어갈수록 경사는 급해지고 가쁜 숨은 목구멍을 옥죈다
30여 분을 헉헉거리며 정신없이 올라 가다가 뭔가 정수리가 띵~ 하고 써늘해지는 불길함에 트랭글 지도를 들여다보니 이 길은 한계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또 아뿔싸~~~ 금세기 들어 최대의 알바를 하는 순간이다
정산저수지로 서둘러 되돌아와서 옆길도 들어가 보고 아래도 내려다보고 하다가 '굽이길안내지도'를 보고서야 저수지 아랫길로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
탄식이 길게 나온다
▼저수지로 올라가지 말고 전봇대가 지나가는 오른쪽 길로 들어서야 한다
굽이길 리본은 전봇대를 지나서 50m를 더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안내 리본은 갈림길에서 10~20m 위치에 표시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나 이번 코스에서는 100m 이상 떨어져서 표시된 곳이 유난히 많다
'이쪽으로 가세요'가 아니라 '여기까지 용케도 잘 찾아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듯

저수지 뚝방길을 지나서 산길로 들어가면 산 소유주님께서 설치한 입산금지 표지판을 만나서 강퇴 당해야 하고
저수지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아래 가로지르는 길이 굽이길이다

굽이길 임도는 토끼가 겨우 지나갈 만한 소로이며
호랑이 포획틀처럼 보이는 쇠창살의 우리가 눈에 뜨이는데 용도를 추측하다가 멧돼지를 잡는 덫으로 나름 결정 내린다
주변에서 고압전기 철조망과 동식물 출입금지 그물망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실마을은 아주 작은 산골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한가로이 사진으로 찍는 것이 미안해서 사진은 없다
작은 마을이지만 그래도 길은 여러 갈래인데 굽이길 표식은 전무하니 여기서도 잠시 좌우종횡 우왕좌왕은 필수이다
마을길을 내려가다가 왼쪽의 작은 다리(혹시 이 다리가 작실교?) 건너편에 보이는 컨테이너 벽면에 굽이길 표식이 조그맣게 보인다
이후 굽이길은 시멘트 마을 도로를 따라 7km를 내려가고 다시 지방도를 1km 정도 더 가면 종착점이다

단강감리교회는 정원을 아름답게 가꿔서 그냥 보기만 해도 은혜가 넘칠듯하고
작실교회는 전형적인 시골 개척교회의 모습이어서 '예배당'이란 용어도 친숙하다



굽이길 안내지도에서 '둑길진입'하라는 지점인데 진입해야 하는 길은 수로가 설치된 낭떠러지기 풀숲이다
과거에는 길이 있었으나 이후 없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에휴~~ 이리저리 또 헤매다가 결국 지방도 갓길을 따라 미덕슈퍼까지 그냥 진행한다


▼미덕슈퍼 주인할주머니 취미는 '집예쁘게 가꾸기'


오늘의 목적지인 11코스까지 가는 것은 시간상 절대 불가능으로 판단하고 여기에서 일정을 마친다
오늘 10코스 천년사지길 17.6km를 열씸히 헤맨 끝에 30km를 걸어 왔다
하마트면 천년사지 하다가 세상하직할 뻔
그나저나 다음 행선지가 큰일 났다
12코스 종점은 제천이라 대중교통을 알지 못하기에 13코스와 동시 진행이 필수인데 여기에 11코스까지 합치면 하루 일정을 초과하고
13.4km의 짧은 11코스만 따로 가자면 귀래까지 오가는 버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거고...
현명한 해결책을 강구해 봐야겠다
[10코스안내]
법천소공원 → 법천교(0.7) → 서원교(1.3) → 법천사지(1.9) → 서원교(2.3) → 펌킨팩토리(3.0) → 장뜰길137(4.0) → 연빌리지농원입구(4.4) → 법천.거돈사지 안내판(5.5) → 거돈사지(6.6) → 임도진입(7.0) → 임도끝(8.4) → 소교량(8.9) → 작실고개(9.3) → 느티나무(9.9) → 작실정류장(10.6) → 작실교(11.0) → 작실3교(11.9) → 단강교회(12.5) → 단강초교(폐교)(12.9) → 단강보건진료소(13.0) → 둑길 진입(14.1) → 덕은교(14.5) → 세포교(16.6) → 목교(17.2) → 미덕슈퍼(17.6)

▼내가 걸어온 10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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