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세상속으로

남해 고사리밭길 푸른 초장을 기대하다 바래길 4코스

가을하늘흰구름 2022. 4. 26. 18:34

*탐방지: 남해 바래길 4코스(남파랑길 37코스)
*날짜:2022.04.26(화)
*코스 : 동대만간이역 - 식포 - 여봉산 - 가인리 - 천포 - 적량마을 (15km 4:44분)


2022년 남해군 방문의 해 1,2일차

지난 해 제주올레길 걷기에 이어 올 해는 이번 한 주를 통째로 휴가를 내 남파랑길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어제 월요일 09시 원주-대전 시외버스로 출발해 대전-남해 시외버스로 바꿔 타고 다시 시내버스를 이용해 미리 예약한 남해 지족리 명품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었다
참 멀기는 멀다

삼동면 지족정류장에 하차하여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에서 보이는 구름 덮힌 하늘과 죽방렴

 

남해군에서도 창선면과 삼동면은 특히 죽방렴으로 유명하다

그 유명세를 익히 알고 있기에 오늘 고사리밭 탐방 일정을 마친 후 멸치볶음 좋아하는 딸을 위해 볶음용 죽방멸치 한 다발을 사서 택배로 보낸다 (가격: 택배비 제외 800g 3만 5천 원)

죽방멸치는 짜지 않고 부드러우며 쫄깃함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다

 

죽방렴의 유래
조선 예종 원년(1469년)에 편찬된 '경상도 속찬지리지' 남해현조에 '방전에서 석추어, 홍어, 문어가 산출된다'라고 적혀 있으니 여기에 나오는 방전이 곧 죽방렴이다
죽방렴은 일명 '대나무어사리'라고도 하는데 길이 10m 정도의 참나무 말목 300여 개를 갯벌에 박고 대나무발을 조류가 흐르는 방향과 거꾸로 해서 V자로 벌려두는 원시어업이다
시속 13~15km의 빠른 유속으로 인해 헤엄칠 힘을 상실한 물고기들이 말뚝을 피하여 밀려 들어가 결국은 원통형의 대나무발 속에 모이도록 한 포획 방식으로, 죽방렴에서 생산된 멸치는 전국 최상품으로 꼽히며 자연 그대로의 싱싱함이 살아있어 맛이 일품이다 [출처: 죽방렴 안내판]


창선교 위에서 구경하는 죽방렴

 

오늘부터 3박을 예약한 '명품게스트하우스'와 숙소에서 보이는 창선교 야경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러 시내로 나갔는데 이곳은 온통 멸치 세상이다
여기도 멸치쌈밥 저기도 멸치쌈밥 멸치회 멸치 멸치........
강원 내륙지방 촌인(村人)으로서 생멸치를 가까이해 봤을 리 없으니 저으기 당황하여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용기를 내 자운정식당 멸치쌈밥에 도전해 보기로 한다
도전 결과, 황석어젓갈 향기가 살짝 나기는 했으나 많이 비리지 않았고 나름 고소한 맛도 있어서 썩 먹을 만했다
접시를 깨끗하게 모두 비운 후 식당 사장님에게 맛있었다고 어쭙지 않은 칭찬 인사를 하니 옆에 계신 아주머니 사장님이 엄청 좋아하신다


밤새 빗소리가 요란하더니 아침에는 약한 부슬비로 바뀌었다
오늘 고사리밭길 탐방은 해설사 선생님을 포함해 딸랑 세 명이다
십여 명이 신청을 했었는데 많은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로 인해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비 또한 손님이니 비는 자기 할 일을 하는 거고 나는 내가 갈 길을 가면 된다

명품게스트하우스 향나무 우산길과 휴게실, 그리고 무료로 제공되는 아침식사


남해 바래길
500년 전부터 '꽃밭(花田)이란 별칭으로 불렸던 아름다운 보물섬 남해
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남해 섬을 두발로 걷는 길이 '남해바래길'입니다
2010년 첫 문을 연 남해바래길이 개통 10년을 맞아 남해군 10개 읍면을 모두 경유하는 240km(본선 16코스, 지선 4코스)의 걷기여행길로 확장되었습니다
본선 16개 코스 중 11개 코스는 코리아둘레길의 남해안 길인 남파랑길 36~46코스와 일치됩니다 (남파랑길 총 90개 코스)
'바래'라는 말은 남해 어머니들이 가족의 먹거리 마련을 위해 바닷물이 빠지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조개, 미역, 고둥 등 해산물을 손수 채취하는 작업을 일컫는 토속어입니다
[출처: 남해군청 홈페이지]

남해 고사리밭길
'바래길 중 으뜸이고 파노라마 뷰가 일품인 여봉산을 넘은 후 우리나라 최대 고사리 산지인 창선면 가인리 일대의 구릉지대가 만들어내는 매우 이국적인 정취의 고사리밭길이며 감탄에 감탄을 얹어도 모자랄 만큼의 경관에 걸음걸이가 자꾸 느려지는 길이다'라고 소개되고 있다

고사리밭길 탐방 예약제 안내
고사리 채취 기간인 3월 28일부터 6월24일까지 3개월 동안 화ㆍ목ㆍ토ㆍ일요일만 1일 최대 40명까지 사전예약
온라인 예약은 바래길 홈페이지와 바래길 앱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으며
문의전화는 남해바래길탐방안내센터(055-863-8778)
탐방로 중간에 음식점이 없으므로 점심식사는 탐방예약 때 같이 신청할 수 있으며 메뉴는 산채비빔밥 단일 메뉴

대부분의 예약제는 몰려드는 탐방객으로 인해 과도하게 혼잡하거나 자연훼손의 우려가 심각할 때 시행된다
즉, 경치가 기가 막히게 뛰어나거나 학술적으로 보존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기 예약은 그런 목적이 아니고 사람들의 나쁜 손버릇에 의한 고사리나물 도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하자면 예약 필수 기간인 3월~6월에는 위에서 소개된 이국적인 정취의 푸른 고사리 초원 구릉은 볼 수 없다는 거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여기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았으니 아뿔싸~~
고사리밭길은 예약제 기간이 끝난 한여름철에 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언듯 언듯 비가 개는 모습을 보여주던 하늘이 갑자기 시커메지더니 장대비를 퍼붓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오면 고사리는 무럭무럭 잘 자라겠다

고사리밭길 출발점 동대만간이역 주차장이 썰렁하다


바래길 탐방센터


고사리밭길 원래의 코스는 공사중이라 반대편인 임시탐방로로 향한다


물이 빠지는 중인 동대만 해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파릇파릇 고사리


갑자기 주변이 휑~해지기 시작한다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온통 세상이 다 고사리밭이다
푸른 물결 일렁이는 8월의 감탄사를 상상하면서 계속 진행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고사리 채취 중인 어르신들의 힘겨운 모습에서
고사리 채취는 고추 채취와는 다른 또 다른 극한직업이란 생각을 언뜻 해 본다
어릴 적 시골에서 무릎을 반쯤 구부린 자세로 풋고추를 따는 일은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고된 일이었다

 


가인리 마을 풍경


억수로 쏟아붓는 장대비에 마을길은 개울길이 되었다


비가 그친 적량마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서 잠깐 보이는 문어아저씨


빗 속의 하루 해가 저물었다


옷과 신발이 모두 흠뻑 젖은 상태라 음식점은 가질 못한다
편의점에서 사 온 삼각김밥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고
내일 새벽 금산바래길을 기대하면서 일찍 취침

오늘 지나 온 궤적